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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전3권
저자: 박지원, 리상호 | 출판사: 보리 | 간행일: 2004년 11월
분야: 역사/풍속/신화 | 정가: 75,000원
75,000원 → 52,730원 ( 30%), 도서11번가
2010년 09월 11일 21시 47분
추천 : 1     조회 : 292
글쓴이: 금서
《열하일기》는 왜 금서가 되었는가?

열하에서 귀국하자마자 연암은 서울 살던 처남 이재성의 집과 황해도 연암골을 오가면서 《열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780년 가을부터 1783년까지 썼다고 짐작되는데, 책을 완성하기도 전에 선비들은 두루 베껴 읽기에 바빴다.
이전의 연행록이 대부분 평범하고 상투적으로 연행록, 연행잡록, 연행연기, 연행일기 따위 제목을 붙였던 데 반해 연암은 ‘열하’를 강조하기 위해 ‘열하일기’라는 생경한 제목을 붙였다. 탈고한 뒤에도 꾸준히 글을 고치거나, 새로 쓰거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랫동안 금서였던 까닭에 후세들이 연암의 기록에 덧붙인 내용들까지 함께 전해지고 있다. 보리의 《열하일기》에도 ‘중존씨는 말한다(처남 이재성)’, ‘연암씨는 이르노라’ 하고 덧붙인 글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열하일기》이전에도 북경에 다녀온 사람들이 기록한 연행록은 아주 많았다. 수많은 연행록 가운데 연암의 것이 특별한 까닭은 이 책이 담고 있는 ‘풍부한 견문과 진보적인 사상, 참신하고 사실적인 표현 기법(김명호)’ 덕분이다.
정조는 《열하일기》를 읽고 나서, 당시 지식인들의 문체가 순정치 못하게 된 것은 전부 박지원의 죄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당장 순수한 글을 지어 올리라고 명령했다. 당시 학자들의 문체는 고루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의 감상이나 독창성보다는 얼마나 옛 문헌을 많이 알고 있어서 적재적소에 제대로 인용하고 담아 내느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소품체 문장이 들어오고, 가벼운 글쓰기가 널리 퍼지게 되자 정조는 선비들의 글이 더럽혀졌다며 문체를 정갈하게 쓰지 않는 이들의 문체를 바로잡는 일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연암과 연암의 제자들, 이덕무, 이서가 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정조가 남공철을 시켜 박지원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으나, 박지원은 쓸 수 없다 요리조리 피하다가 1797년에 결국 ‘서이방익사’를 바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정조가 아니더라도 양반 사회 일각에서도 《열하일기》는 ‘우스갯소리로 세상을 유희했다’ 혹은 ‘되놈의 연호를 쓴 되먹지 못한 글’이라는 평은 예사로 들었다. 하지만, 그런 평에도 《열하일기》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으며, 글을 아는 식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려 애썼다.


《열하일기》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1) 다양한 형식의 향연

《열하일기》 이전에는 두 가지 형태의 연행록이 존재했다. 여정을 날짜 순으로 적는 일기 형식과 인물이나, 명소, 사건 들을 주제에 따라 항목별로 나누어 기술하는 체제가 그것이었다. 연암은 이 두 가지 방법을 다 취하고 있다. 기존 연행록의 장점을 취하면서 독창적인 형식을 더해 여정은 날짜 순으로 정리하고 일기에 다 담기 힘든 중요한 사항들은 기記나 설說의 형식으로 독립시켜 놓았다.
《열하일기》에서 두드러진 형식 가운데 하나는 필담. 열하에서 사귄 청나라 학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황교문답’, ‘망양록’, ‘곡정필담’에 담고, 성경의 상인들과 나눈 이야기를 ‘속재필담’, ‘상루필담’에 담았다.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를 생동감 있고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다음으로 소초 형식. 하권에 실려 있는 ‘금료소초’는 평소 조선의 낙후된 의약 수준을 안타까워하던 연암이 왕사정의 《향조필기》 중 의약에 관한 내용을 초록하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 것이다.
다음으로 이야기 형식. 상권에 있는 ‘범의 꾸중’이나 하권에 있는 ‘허생전’ 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벼운 수필체. ‘밤중에 고북구를 빠져서’ 같은 글이 그것인데, ‘하룻밤에 아홉 번 물을 건너서’나 ‘코끼리 이야기’ 같은 것은 지금 읽어도 그 뛰어난 묘사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신수필은 장 전체가 ‘휘뚜루마뚜루’ 적어 내려간 가벼운 수필 형식을 빌리고 있다.
반면에 ‘수레 만든 법식’ 같은 글은 한 편의 논문을 보는 듯한데, 정론체 문장에다 해야 할 말을 꼼꼼하게 적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시화 형식. 하권의 ‘피서록’은 시에 관한 비평과 해설, 시인의 일화 따위를 단편적으로 적어 놓고 있다.

2) 살아 있는 인물 묘사

?회회국 사람들은 얼굴이 사납고, 코가 크며, 눈은 푸르고, 머리와 수염이 억세다.” ?몽고왕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체머리를 흔드는 것이 아무 보잘것이 없어 마치 장차 거꾸러지려는 나무 등걸 같다.” ?파로회회도는 몽고인인데 자는 부재, 호는 화정이다. 나이는 47세인데 강희 황제의 외손자로서 키가 8척이요, 긴 수염이 축 늘어지고 얼굴은 여위고 누르스름했다.” ?경순미의 자는 앙루요, 몽고 사람이다. 키는 7척이고 살빛은 희고 길게 찢어진 눈에 눈썹은 짙고 손가락은 파뿌리 같아서 미남자라 할 만했다.”
‘속재필담’과 ‘황교문답’에 실린 인물 묘사뿐만 아니라, 길을 가다 만난 이름 없는 노인이나 일곱 살 꼬마에 이르기까지 연암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글로 옮겼다.

3) 종횡무진 다양한 소재들

철학, 정치, 경제, 천문, 지리, 풍속, 제도, 역사, 고적, 문화 등 사회 생활 전 영역에 걸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똥거름을 예찬하는 대목이나 수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쓴 대목이나 청나라의 ‘캉’을 우리 온돌과 비교하는 대목은 실학자로서 연암이 특별히 관심을 쏟은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에 놀랍도록 자세하다.
거기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나, 하늘이 아니라 지구가 돌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당시 연암이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음악을 주제로 얘기한 ‘망양록’에서나 갖가지 약방문을 적은 ‘금료소초’ , ‘골동 이야기’나 ‘열상화보’에 실은 각종 그림과 그릇들에 대한 관심까지, 연암은 책 속에서 다방면으로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다.


보리 출판사의 《열하일기》는 무엇이 특별한가?

1) 북의 성과를 남이 잇는다.

고전 문학을 되살리는 일에 오랫동안 애써 온 북한의 번역 성과를 남한에서 받아, 남한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출판했다. 이 방대한 양의 번역을 이미 1950년대에 끝내고, 몇 번의 교정 작업까지 거쳤다. 북의 성과를 남이 이어 받아 출판하는 이 《열하일기》는 갈라진 겨레의 통일에 기여하는 시금석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 현재 전하고 있는 《열하일기》는 누가 편집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그 체계를 달리 하고 있는데, 필사본 9종과 신활자본 2종이다. 충남대본, 서울대본, 고도서본, 규장각본, 광문회본, 박영철본, 전남대본, 대만본 들이 있다. 리상호가 번역한 것은 1911년 조선광문회에서 <연암전집> 가운데 《열하일기》만 단행본으로 출판한 것과, 한학자 김택영이 1900년과 1916년에 출판한 연암집을 묶어 후손들이 출판한 〈연암전집〉,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하였다. 보리에서는 1995년에 북에서 출판한 《박지원 작품집 2》를 상권의 판본으로 했고, 중권과 하권은 과거에 출판했던 책으로 작업했다.

2)남한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완역본이다!

민족문화추진위에서 이가원 교수가 번역한 완역본으로 냈던 열하일기는 1967년에 초판을 찍고 1987년에 중판을 찍었으나 지금은 찾기 힘들고, 대양서적에서 펴낸 이가원 교수 완역본도 1973년에 처음 나온 이후로 독자들이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윤재영이 번역해 박영사에서 1983년에 펴낸 완역본 역시 오래되어 구할 수가 없다.
솔출판사에서 낸 것은 열하일기 가운데 압권이라 할 수 있는 일부부분만 담고 있으며, 그린비에서 펴낸 고미숙의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은 번역본이 아니라 해설서이므로 보리의 것과는 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타 출판사에서 청소년이 보도록 편집한 것들도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출판사에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하여 만들어낸 책은 보리의 것이 유일하다.

3) 우리말을 잘 살려 쓰고 있다.

말의 오염이 시작되기 전의 우리 글맛, 말맛이 살아 있고 박지원의 명랑함과 유쾌함을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잘 살려 냈다. 한문 문장인데도 읽기 힘들지 않은 입말로 번역해 놓았다. 찌꺽지, 자채기, 모꼬지, 물역 따위 북에 남아 있는 우리 말 또한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고 잔주르다, 덩둘하다, 날탕패 따위 토박이말들도 책 곳곳에 살아 있다.

4)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행 일정과 연보를 새로 정리했다.

책 끝에 박지원 연보와 열하일기 여행 일정을 새로 정리해서 넣었고, 상권에는 북의 학자 김하명의 상세한 작품 해설을, 하권에는 옮긴이 리상호가 쓴 글을 덧붙여 놓았다.
《열하일기》는 남과 북의 공통 자산이다. 정치적으로 갈라지면서 학계도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연구 성과를 한데 모으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았다. 북에서 연암 박지원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 두 편을 함께 실었다. 박지원을 ‘중세의 거인’이라고 한 리상호나 박지원 작품에서 양반 계급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특별한 문장력을 읽어 내는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김하명의 글은, 《열하일기》를 읽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보리 편집부에서 정리해서 덧붙인 ‘박지원 연보’는 열하일기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김명호 선생의 도움을 얻은 것인데, 정치적인 상황과 연암의 작품 창작 시기가 한데 적혀 있어 한눈에 연암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지도와 함께 따로 정리한 ‘여행 일정’은 방대한 《열하일기》를 읽기 전에 간단하게 연암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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